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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미국

I have enough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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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작은 아이는 성격이 천하태평이다. 14번째  생일을 맞기가 무섭게 학교에서 work permit을 받고,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기대에 부풀었던  아이는 요 며칠 풀이 팍 죽어 버렸다. 몇 군데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다녀 보았지만 잘 안되는 모양이다. 큰 아이들(16세 이상)을 놔두고 누가 14살짜리 아이에게 일을 시키려고 하겠는가? 겨울내 학교에 갔다 오면 방안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기타를 치거나 친구들이랑 공원에서 핸드볼을 하고 오는 아이에게 주말에 일을 내주었다. 지난 가을 쓸어모아 버려야 했던 낙엽들이 겨울 내내 뒷마당에 가득이어서 봄이 되자 쓸어 주어야 잔디가 자랄 터였다.

시간당 $ 6.50을 주마고 하고 봉지에 낙엽을 넣는 일을 1 시간 1/2 해서 10달러를 주었다. 다음날도 같은 일을 반복하고 10달러를 주었다. 그라지 정리를 하고 있던 나는 아이가 일을 조금만 더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 일을 좀 하자고 했더니 나를 멀뚱히 쳐다 보았다. "돈이 필요하지 않아? 일을 해야 돈을 벌지?"라고 했더니 "Mom, I have enough money."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던 내가 "뭐라고?" 하자, "I have $ 20.00. That's enough for a while." 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서두에 말한 것처럼 이 아이의 성격일 수도 있지만 미국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성격이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이들에겐 삶에 여유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죽어라 일을 하는 미국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일을 하고 노는 것을 적당히 배합해서 살아간다. 이것은 남미에서 온 스페니쉬들에게서도 같은 현상으로 나타난다. 번 돈으로 한동안 먹고 살 것을 계획하고 떨어질 쯤에는 다시 일을 시작한다.

우리는 어려서 전래 동화나 속담 등을 통해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은 벌을 받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와서인지 그들처럼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게으르게 놀다가 자고 일어났더니 소로 변해 있었다는 이야기들은 우리를 정말 부지런하게 다그치는지 모른다. 이것은 어찌보면 우리보다 풍부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이들의 혜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모든 미국인이 다 그렇느냐?"고 오해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런 현상은 여러 각도에서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일만 죽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죽어라 일만 하지 않고 먹고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20불보다는 50불이 많고 50불보다는 100불이 많다. 그리고 천불, 만불, 십만불, 백만불...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무한대의 돈이 눈 앞에 있지만 우리가 꿈을 버리지 않고 갖을 수 있는 돈은 과연 얼마일까?



"Imagine" - John Lennon





2013/9/3 이 글을 업데이트 하려고 읽고 있는데 교체할 글자가 한 글자도 없다.
미국인들이 이해가 안되더니 지금의 나도 거의 같은 행동과 사고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많이 가지고 있을 때보다 몸과 마음이 가볍다.
나의 가벼움을 나누고 싶어서 오늘도 여기 이렇게 끄적여본다.



이 글은 뉴욕시간 2013/9/3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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