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가 샤워를 한뒤 "지금 쓰는 고체비누 대신 액체비누를 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한적이 있다. 그 아이의 말을 빌리면 다른 사람의 엉덩이를 닦은 비누로 자기 얼굴을 닦고 싶지 않으니 고체비누 대신 물비누로 써야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가족은 그런거 상관하는게 아니야. 가족이란게 그 정도도 나누지 않는다면 무슨 가족이란 말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뒤에 수퍼에 갔다가 물비누를 보고 그 생각이 나서 시도를 한적이 있긴한데 아직도 고체비누로 쓰고 있다.
물과 함께 쓰는 비누를 가지고 이러니 철저히 개인주의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눈으로 보면, 큰 냄비에 이 사람 저 사람 숟가락을 넣고 먹는 찌게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큰 국자를 놓고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다고하더라도 그 양은 과히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기도 하다. 한국식당(Korean Restaurant)에 다녀왔다던 한 미국인이 나에게 묻던 말이 있다. "Fish soup(생선찌게)을 주문했는데 big pot(큰냄비)을 테이블 한가운데 놓고 떠서 먹으라고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반도 못먹고 나와야 했는데 한국사람들은 어떻게 그 많은 soup(찌게)을 다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음식은 양적으로 너무 푸지다. 주 요리가 나오기 전에 나온 반찬이나 스끼다시만으로도 배를 채우기에 이미 족하다. 개인이 주문하는 찌게 한그릇조차 그 양이 혼자 다 먹기엔 너무 푸지다. 일본에 여행을 간적이 있는데 그곳에서는 음식을 정말 코딱지 만큼 준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았다. 걸어서 구경을 다니는데 이 적은 음식을 먹고 여행을 다니기에는 정말 허기지다는 표현이 맞았다. 그런데 미국에 소개되어 대중화 되어있는 스시(sushi)나 사시미(sashimi)를 파는 일본식당(Japanese Restaurant)에 가보면 일본에 가서 먹은 음식처럼 야박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 양적으로 푸진 한국음식을 먹고 난 뒤의 기분과 야박한 일본음식을 먹은 뒤의 기분은 전혀 다르다. 한국식당(Korean Restaurant)에 갔다온 경우에는 배가 오랫동안 더부룩해서 정말 가스활명수라도 한병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스시집(Japanese Restaurant)에서 나온 경우에는 그들의 야박함에 질리면서도 몸이 가벼워서 활동하기에 좋다.
우리음식은 가운데 메인디쉬를 놓고 각자 떠서 먹어야 하는데 비해 일본음식은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개인에게 한접시가 할당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음식을 서브할때와 같은 방식이다. 한국음식을 세계화 하려면 이런 기본적인 접근부터 바꾸어주어야한다. 한국음식의 특징이 그러니 먹는 사람이 맞추어야할 것 아니냐고? 주방장 맘대로 음식을 만들고 주인 맘대로 실내장식을 하는가? 손님의 취향에 맞추어야 장사가 된다. 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을 경우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미국에 한국음식점을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들을 상대로 낸다면 이렇게 개인주의 방식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래 올린 한국식당과 일본 식당 그리고 미국식당의 테이블을 보면, 이 접근방식이 우리와 다르게 철저히 개인주의로 되어 있는 것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여기서 "푸지다"는 음식이 푸짐한 것을 말하고 "야박하다"는 야멀치고 인정이 없는 것을 말하는데 푸지다는 말은 헤푸다는 말에서 오는 어감처럼 넉넉해서 좋다는 의미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질이 떨어지니 양으로 밀겠다는 것인가? 한국음식점의 사진과 일본음식점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덤핑요리는 세계화가 될 수 없다. 작은 접시 하나에도 사랑과 정성을 담뿍 담아서 팔아야한다. 일가친척 오손도손 둘러앉아 한상 차려놓고 푸지게 먹거나 직장동료들, 선후배들이 술한잔 놓고 얼렁뚱땅 먹는 음식이 아니라 반찬 한개에 스끼다시 하나에 정성이 들여서 그 음식도 돈을 내고 주문할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 메인디쉬 말고는 다 덤으로 주는데 그 덤이 메인디쉬가 되도록 할 수는 없을까? 바로 위에 올린 일본음식점의 사시미 에피타이저를 보면 에피타이저도 주문해서 돈을 받을만큼 공을 들인 흔적이 있다. 한국식당의 반찬은 말 그대로 반찬이어서 돈을 따로 받을 수 없게 되어있다. 간단한 반찬은 그렇다치더라도 스끼다시는 돈을 받고 주문을 받을 만큼 개발이 되어야하고 광고도 되어야한다.
광고는 그다지 좋지 않은 물건을 팔기위해 과장되게 부풀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광고란 약간의 과장이 있게 마련이지만 "없는 것"을 "있다" 라든가 "똥"을 "금"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실제와 다르게 물건을 과대광고하던 것을 보아온 경험에 의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광고란 "나는 이런 물건을 파는데 필요하면 사라."라는 알림의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 알림을 제대로 잘 활용해야 제대로된 광고라고 할 수 있다.
한 미국인이 한국인인 나에게 김치를 준적이 있다. 야구게임을 보러 갔는데 김치를 나누어 주어서 받았는데 김치를 트라이해 보지도 않고 나에게 준것이 그닥 기분이 좋지 않았었다. 그뒤로 보니, 어떤 미국인은 김치나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미국인은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주 작고 귀엽게 포장된 1인용 김치포장을 열어보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은 새로운 음식을 시도해보기도 싫은 미국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란 것은, 김치는 밥이나 불고기랑 같이 먹어야 하는 음식인데 그냥 달랑 김치만 주었다는 것이었다. 만약 한국인인 내가 그 자리에서 김치만 달랑 받았다면 그것을 열어서 맛을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이라도 겻들여 나누어 주었드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미국인들의 집에 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김치만 주었을 수 있는데 빵이 주식인 미국인들의 집에 밥이나 혹은 쌀도 없다. 또한, 아무리 1인용 김치를 밥과 함께 주었더라도 그 시큼한 냄새 때문에 야구경기장 안에서 열어서 먹을 수 없다. 김치를 퍼블릭에 나누어주어서 김치를 광고(알림)하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은데 조금 더 깊이 연구해서 광고를 해야한다.
스끼다시도 처음엔 팔기 어려울 수 있지만 음식이 미국인 입맛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팔기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냥 싱겁기만 한 일본음식에 비하면 "감칠맛"이 나는 것이 바로 한국음식이다. 우리음식에 자신을 가져야한다. 맛을 보이기 위해 음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광고를 해야한다. 당장 손님을 더 불러들이기 위해 다른집에서 주지 않는 음식을 서비스로 주다보니 우리 고유의 스끼다시 문화가 생겨나게 되는데 이 부분도 검토할 문제라고 본다.
에피타이저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에피타이저란 메인디쉬 먹기전에 입맛을 돋구기 위해 있는 것이니 그 역활을 제대로 해주어야 한다. 결혼식에 신부의 들러리가 신부보다 더 화려한 차림으로 나와서 판을 치면 들러리의 역활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게 된다. 마찬가지로 스끼다시는 이 스끼다시의 역활을 제대로 해주어야한다. 스끼다시는 일본음식의 에피타이저가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상황에 맞추어 변형된 것이라고 여겨진다. 메인디쉬의 맛을 올려주지 못하고 오히려 격감시킬 수 있는 스끼다시는 과감하게 없애야한다. 어떤 사람은 이 회 먹는 것보다 스끼다시를 더 좋아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럴땐 이 스끼다시만 주문할 수 있게 해야한다. 가격설정 때문에 이렇게 공짜 스끼다시를 주는 것이라면 부페로 방식을 바꾸어주어야한다. 부페도 아니고 회만 파는 것도 아니고 그냥 덤핑으로 한상 차려놓고 개인 접시 놓을 자리도 없이 꽉찬 테이블, 한국음식을 세계화 하려면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스끼다시의 종류는 홍합, 새우, 소라 삶은것, 새우초밥, 해물전, 송이구이, 감자샐러드, 회무침, 뼈튀김, 감자송편, 오징어튀김, 생선구이, 매추리알, 미역국, 죽,해초무침. 미역, 연두부,옥수수콘, 샐러드, 락교, 초생강, 오징어회, 멍게, 전복구이, 조개구이, 일본식 계란찜 등 손가락으로 헤아리려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여기다 회를 먹고 나면 후식으로 매운탕, 막기, 과일, 수정과, 식혜 등이 후식으로 나온다고 하니 손가락으로 세지 못할뿐더러 담아서 채울 배도 손가락 만큼 있어야 이 음식을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다 읽었으면 다시 위로 올라가서 스크롤을 내리면서 사진만 한번 죽 훑어 내려오길 바란다. 중간에 일본음식이 보이는데 솔직히, 우리음식은 일본음식의 상차림만큼 깔끔하지 못하다. 아무리 맛이 있어도 구미를 당기지 못하면 아무도 맛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음식은 여자가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어야 하는 것과 닮았다. 그 속이 어떤지는 맛을 보아야 알겠지만 우선 유혹해야 될 것 아닌가? 유혹하려면 우선 헤푸지(푸지지) 말아야한다.
이 글은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꿈꾸며-5 "한국음식 왜 세계화 어려울까?" 로 이어집니다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꿈꾸며-2 "핏자와 떡볶이"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꿈꾸며-3 "비빔밥 세계화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