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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만의 방

즐거운 가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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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남자가 매일 가발을 쓰고 벗는 일은 얼마나 귀찮을까?
여자들이 생리 때에 생리대를 갈아야 하는 번거러움과 같을까? 크건 작건 생리대는 다 귀찮으니까.
여자들이 남들을 위해서 하는 화장처럼 남자들의 가발 또한 상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든다.
화장을 한번 하게 되면 안 하면 이상한 것처럼 이 가발도 같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가발을 즐겁게 쓰고 벗는 것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내가 아는 어떤 남자는 가발을 머리에 부착하고 다닌다.
공적인 사람들을 만나러 나갈 때는 쓰고 사무실에서는 편안하게 벗는 모습이 마치 모자를 썼다 벗는 것 같이 쉽다.
그는 사무실에 도착하면 냅다 가발을 화일장 위에다 벗어 던진다.
나도 실내에선 모자를 벗고 나갈 때만 쓴다. 모자를 보온용으로도 쓰지만 멋으로도 쓴다.
그 남자가 가발을 모자처럼 쉽게 다루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 가발을 모자처럼 쓰네?
가발을 몇 개 준비해서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것으로 쓰는 것도 재미 있을 것 같다.
짧은 것, 중간 것, 긴 것을 기분에 따라 선택하고 염색도 조금씩 다르게 하면 어떨까?

가발은 속임수(trick)다.
여자가 모자를 쓴 것과 벗은 모습도 다르지만 남자가 가발을 쓴 것과 벗은 모습도 다르다.
가발을 쓰지 않은 사자와 가발을 쓴 사자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이 가발실험을 통해 보면 머리가 동물이나 사람의 인상을 상당히 좌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가 쓰는 가발은 본래의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게 한다. 
그러나 한가지 기억할 것은 상대편이 가발을 쓴 것을 99.9% 알고 있다는 것이다.
비지니스 맨일 경우 상대방이 속을 것을 우려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wig : a covering for the head made of real or artificial hair, typically worn by people for adornment or by people trying to conceal their baldness or in England by judges and barristers in courts of law.
toupee : a small wig or artificial hairpiece worn to cover a bald spot.

대머리이건 머리를 박박 밀었건 간에 율브리너도 멋지고 다이 하드의 브르스 윌리스도 멋지다.
가발을 안 쓰고도 더 멋지게 살 수 있는 자신감을 키우면 좋겠지만, 기왕 쓰기로 결정했다면 가까운 가족들이나 동료들에게는 안 쓴 모습도 가끔 보여주면서 머리에 통풍도 시키고 모자처럼 재미나게 쓰고 벗으면 좋겠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머리면 그냥 머리 없는 대로 다니면 되지 가발은 왜 써?"라고 생각 했는데 내 머리에 그레이가 보이니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감추고 싶다. 속이고 싶다.
대머리든 그레이든 감추고 싶으면 감추어야지 별 수가 없지 않은가?
속이고 속아 주면서 사는 세상이다.

곧 할로윈이다.
아이들과 아이들처럼 살고 싶은 어른들은 얼굴에 분장을 하고 다양한 색상의 펑키 스타일의 플라스틱 가발을 쓰고 트릭? OR 트릿? 하면서 사람들을 놀래킨다.
'속이고 속아 주면서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가르치는 것일까?
그래서 그런지 조크든 실제든 속는 것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것도 이들이 살아가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posted by Sunny in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