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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만의 방

고향이 (너무 많이) 그리운 날

뭐가 그리도 못마땅했는지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방문을 잠그고 들어가서 어머니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나는 어머니가 화를 내며 나에게 나무라는 것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우리가 집에 도착한 것이 못내 아쉽다. 그래서 동네를 한바퀴 돈다. 음악이 나오는 차에서 음악에 젖는 것만큼 천당은 없다.

날이 더운 여름이 되면 우리 가족은 동해안으로 피서를 간다. 이번에도 화장실이 더러운 어느 민박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바다로 가서 주부를 탈것이다. 아버지는 나를 검정색 주부에 넣고 바다 안쪽으로 깊숙히 밀어 넣는다. 엄마는 주부에 달린 끈을 잡아 끌어서 나를 구해낸다. 파리가 날아다니는 냄새나는 변소 앞에서 엄마는 나를 기다려준다. 어머니는 피서지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내년에는 다시는 바캉스를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 변소 냄새가 다 날아가고, 다음 여름이 되면 우리 차는 또 동해안 해변을 돌고 있다. 음악은 흐르고 엄마는 사과를 깎아서 우리에게 돌린다.

그 여름날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 화장실 냄새도 그립고 엄마 냄새도 그립다.
엄마, 나 엄마랑 같이 살고 싶어.
 


posted by Sunny in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