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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차이

미국 화장실, 왜 하수구가 없을까?


영어로 썼는데 알아 듣지 못하니 아예 한국말로 쓴것처럼 보이는데 단체 여행객이 주로 가는 워싱턴에 있는 한 호텔 화장실에는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샤워장 밖에 물을 버리지 마십시오." 라고 쓰여 있었다. 미국호텔에 한국말로 쓰여있는 이 문구는 이색적이었다. 샤워를 한뒤 화장실에 푹푹 물을 부어가며 청소를 하고 나와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서 화장실 안에 하수구가 없는 것을 발견하면 당황하게 된다. 장식용인줄로만 알고 귀찮아서 커튼을 치지 않거나 커튼을 쳐도 욕조 안으로 치지 않고 욕조 밖으로 치고 샤워를 하면 물이 전부 욕조 바깥으로 나가서 흥건해지는데 청소라도 해놓으려고 보면 물 내려갈 하수구가 없다.
그렇다면 서양 화장실에는 왜 하수구가 없을까?

내가 아주 어릴적에는 할머니가 내손을 잡으며 방안에 있던 요강에다 오줌을 누이던 생각이난다. 밤에 밖에 있는 재래식 화장실로 나가는 것은 무서운 일임에 틀림없다. 이 요강을 집안에 설치한 것이 바로 수세식 화장실의 변기(toilet)로 보면 될 것 같다. 우리처럼 방안에 요강을 들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방에 부착해 버린 것이다. 더럽기도 하고 개인적인 일이니 따로 작은 방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이 집안에 설치된 수세식 화장실 변기다.


같은 방식으로 집밖에 따로 있던 욕조를 집안(실내)으로 들고 들어와 설치했다.



물이 욕조 밖 바닥으로 튀는 것을 막을 방법, 벌거벗은 몸을 가릴 무엇이 필요했다.



그때 나온 아이디어가 바로 샤워 커튼이다.




물을 욕조에 부어 목욕을 한다. 한번 사용한 물은 그대로 갖다 버리기 아까우니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한번씩 들어갔다 나온다. 욕조의 물을 운반하다보니 귀찮아서 만든 것이 하수도 구멍이었을 텐데 그 하수도 구멍을 싱크나 욕조 말고 화장실 안에 설치할 필요는 없다. 하수구를 설치하려면 방 전체에 방수시설을 해야 하는데  "나무로 지어진 집" 내부를 방수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방이나 부억에 있던 욕조와 변기를 같이 한방에 놓고 화장실(bathroon or restroom)이라고 불렀다.
다 벗어 던지고 혼자가 되어 "편히 쉴 수 있는 곳( restroom)"이 바로 위 그림에 나온 작은 방, 바로 화장실이다.

이런 개념으로 만들어진 화장실에는 하수도 구멍이 없다. 아마도 미국인에게 "화장실에 왜 하수구가 없냐?"고 물으면 "너희 나라엔 방에 하수구가 있느냐?"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방, 화장실 그리고 목욕탕은 이미 서양인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전체를 한꺼번에 가져온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무로 집을 짓지 않으니 벽에 방수하기가 수월하다.

bathroon: washroom, toilet, ladies'/men's room, restroom, lavatory, powder room, comfort station.
서양에서는 이렇게 "쉬는 곳"으로 표현되어지는데 반해 우리나라 화장실(化粧室)은 "화장을 고치고 단장을 하는 곳"이다.

영화 "잭슨폴록"을 보면, 맨해튼에서 가난하게 살던 잭슨폴록이 여자친구를 초대해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욕조가 부엌에 설치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식탁 옆에 욕조가 있는데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앉아서 밥을 먹는다. 특별히 내게는 이 장면이 흥미로웠다. 목욕탕과 부엌의 결합이라? 하~ 신기하다.


서구인들의 화장실은 방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다른 각도로 보면,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방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과는 다르다. 방과 바깥을 완전히 다르게 구분하는 것은 우리의 개념이다. 신을 신고 들어가는 서양인들의 방은 바깥의 연장선인 것이다. 우리는 씻고 벗고 집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개념이 강하다. 그래서 공중 목욕탕에 가서 씻고, 밖에서 신던 신발을 벗고 집안에 들어와야 한다. 집안에서도 화장실은 방의 개념이나 바깥의 연장선이 아니라 바깥(외부)으로 보는 것이다. 더러운 화장실 안은 볼일을 보고 난뒤에 깨끗한 물로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져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림 1]                                                                [그림2]

샤워커튼은 바로 위 [그림 1] 처럼 욕조 안쪽으로 넣고 샤워를 해야 물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다. 샤워커튼이 두개인 경우가 있다. 이때는 안쪽 것은 실용성을 위한 것이고 바깥 것은 위 [그림 2] 처럼 모양을 위한 것(장식용)이므로 욕조 안쪽 것은 안쪽으로 하고 밖에 있는 것은 바깥으로 내면 된다.


현대적인 과학기술, 즉 테크놀로지가 아무리 발달 되어도 그것이 개발 되어지게 되는 기본 아이디어는 이들 저변에 깊숙히 깔려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한다. 이것이 미국의 실용성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미국에 와서 처음 살게된 집의 화장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비행기 안 화장실에서나 보았던 아이보리 플라스틱이 욕조와 연결되어 한통으로 벽을 둘러 싸고 있었고(좌측 그림 참조) 욕조와 변기 사이에는 반투명으로된 미닫이 유리문이 달려서 문을 닫고 샤워를 해야만 했다. 오래전에 지어진 집은 이들의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그대로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하수구가 없어서 화장실 안에 물을 끼엊어서 청소를 할 수조차 없었다. 이렇게 불편하기만 하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지게 되었다. 뉴욕의 방은 한국에서 느끼던 정감스런 그런 방이 아니라 바깥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랫목 뜨듯한 방도 아닌 어정쩡한 방이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이런 때에는 아랫목이 그립다.


posted by Sunny in New York